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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34도에서 딸기가 죽었다? 코스트코 딸기 6개월 재배 실전기

베란다 딸기 키우기를 시작한 지 6개월, 4월에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딸기가 여름철 고온과 응애로 거의 죽을 뻔했습니다. 34도가 넘는 베란다에서 딸기 재배는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타들어가는 잎, 거미줄처럼 쳐진 응애의 흔적, 그리고 가을에 다시 살아난 새싹까지. 베란다에서 딸기 키우면서 겪은 실전 경험과 여름철 고온 대처법, 응애 제거 방법, 겨울나기 준비까지 모두 공유합니다.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딸기 모종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딸기 두 포트 (14,990원)

시작은 코스트코 딸기 두 포트

지난 4월, 코스트코에서 딸기 모종 두 포트를 14,990원에 샀습니다. 생각보다 실하고 건강해 보이는 아이들이었죠. 집에 와서 조금 큰 화분에 옮겨 심고 베란다 벽 쪽에 자리를 잡아줬어요.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만 햇빛이 들어오는 곳이긴 했지만,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었습니다.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후 건강하게 자라는 베란다 딸기
LED 식물등 아래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초기 모습

처음 몇 주는 정말 신기했어요. 런너가 여기저기 뻗어 나오고, 잎도 무럭무럭 자라더라고요. '이거 생각보다 쉬운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베란다 딸기의 최대 적, 여름 고온

문제는 여름부터였습니다.

베란다 온도가 34도를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딸기들이 하나둘 타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아침에 물을 줘도 저녁이 되면 축 늘어져 있고, 잎 끝이 갈색으로 변하더니 결국 말라버리는 잎들이 생겼습니다.

여름철 고온으로 타들어가는 베란다 딸기 잎
잎 끝이 갈색으로 변하고 마른 모습

설상가상으로 어느 날부터는 하얀색 곰팡이 같은 게 피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흰가루병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유심히 보면 눈에 겨우 보일 정도로 작은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게 보였습니다.

응애(거미 진드기) 발견!
잎 뒷면과 줄기에 거미줄처럼 가는 실이 쳐져 있고, 작은 점 같은 벌레가 기어다니는 게 보였어요. 이게 바로 딸기의 대표적인 해충인 '응애'였습니다. 응애는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급속도로 번식하는데, 한여름 베란다가 딱 그런 환경이었던 거죠.
딸기 잎에 거미줄처럼 생긴 응애의 흔적
확대해서 보면 작은 벌레들이 보이는 모습

환기창은 열어두긴 했는데, 딸기가 있는 벽 쪽까지는 바람이 잘 안 통하는 구조라 그런가 싶더라고요.

응애 제거 실전 방법

응애를 발견하고 나서 급하게 해충 제거제를 구입했습니다. 시중에 나온 친환경 살충제를 사용했는데, 완전히 박멸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응애 제거를 위한 친환경 살충제
'쎈 가그' 같은 제품을 사용
응애 제거 방법:
  • 초기에는 물로 씻어내기: 잎 뒷면을 흐르는 물로 씻어주면 어느 정도 제거 가능
  • 친환경 살충제 사용: 식물성 오일 성분이나 님오일 제품 추천
  • 주기적 살포: 일주일에 2-3회, 최소 2주 이상 지속해야 효과
  • 통풍 개선: 선풍기로 공기를 계속 순환시켜주면 예방에 도움
  • 격리: 다른 식물에 옮지 않도록 감염된 화분은 따로 관리

하지만 고온과 응애의 이중 공격을 받은 딸기는 결국 대부분 타들어갔고, 런너를 통해 번식한 몇 개의 새싹만 간신히 살아남았습니다.

딸기 적정 온도는?

그때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딸기의 적정 생육온도가 뭘까?

딸기의 적정 생육온도
  • 낮 온도: 20~25℃
  • 밤 온도: 10~15℃
  • 꽃눈 분화 시기: 15℃ 전후가 가장 적합

찾아보니 딸기는 낮 20~25℃, 밤 10~15℃를 좋아하는 서늘한 기후의 작물이었습니다. 30℃ 이상에서는 생장이 멈추고, 34℃가 넘으면 뿌리 활력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어쩐지 다 타들어가서 죽더라고..."

한여름 베란다는 딸기에게 지옥이었던 셈이죠. 차라리 묘를 보존하는 데 집중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몰랐습니다.

가을, 베란다 딸기가 다시 살아나다

10월이 된 지금, 거의 다 죽고 런너를 통해 퍼진 몇 개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흙에서 새싹이 다시 올라오고 있어요. 여름을 버틴 뿌리가 가을 기운을 느끼고 다시 깨어난 것 같습니다.

10월, 거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베란다 딸기의 새싹
중앙에서 새로운 잎이 돋아나는 모습

가을은 딸기에게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계절이거든요. 9~10월 평균 기온 15~25℃는 딸기 생육에 딱 맞는 온도대고, 여름처럼 타들어갈 일도 없습니다.

다만 지금 올라오는 새싹으로 올해 안에 과실을 보기는 힘들 것 같아요. 딸기는 보통 가을에 꽃눈이 준비되고, 겨울을 지나 내년 봄(3~5월)에 본격적으로 꽃과 열매를 맺거든요.

베란다 딸기 겨울나기 준비

베란다가 겨울에 영하 2도까지 떨어지는데, 이건 또 걱정이 됩니다.

딸기는 노지에서 영하 5℃ 전후까지 버티는 작물이긴 해요. 하지만 화분은 흙 양이 적어서 뿌리가 더 빨리 얼 수 있거든요. 특히 베란다는 낮에는 따뜻했다가 밤에 갑자기 떨어지는 온도 차가 커서 스트레스를 받기 쉽습니다.

겨울철 베란다 딸기 보온 세팅 예시
스티로폼 박스에 신문지로 감싼 화분 모습
겨울나기 계획:
  • 스티로폼 박스에 화분을 넣고 주변을 신문지나 부직포로 감싸기
  • 화분 받침에 단열재를 깔아 바닥 냉기 차단하기
  • 낮에는 햇빛 드는 곳으로, 밤에는 안쪽으로 위치 조정하기
  • 물 주기는 최소한으로,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만 소량 주기
  • 겨울에 잎이 시들더라도 뿌리만 살아 있으면 봄에 다시 살아남

겨울에는 잎이 얼어 시들 수도 있지만, 뿌리만 살아 있으면 봄에 다시 새싹이 나온다고 하니까요.

베란다 딸기 재배 실패에서 배운 것들

햇빛 부족 + 바람 없음 = 어려운 환경

  • 오후 3시간만 햇빛이 드는 벽 쪽 위치
  • 환기창과 멀어 통풍이 잘 안 됨
  • LED 식물등이나 작은 선풍기를 활용하면 좋았을 것

여름철 관리 실패

  • 차광막으로 직사광선을 가려줬어야 했음
  • 물 주는 시간을 아침 일찍이나 저녁으로 조정했어야 했음
  • 통풍 부족으로 곰팡이와 병해가 생김
  • 응애 발생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함

응애 관리의 중요성

  • 정기적으로 잎 뒷면 확인하기
  • 거미줄 같은 실이 보이면 즉시 조치
  •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급속 번식하므로 여름철 특히 주의
  • 예방이 치료보다 쉬움 - 통풍과 적절한 습도 유지가 핵심

앞으로의 목표

  • 이번 겨울을 잘 넘기기
  • 내년 봄, 제대로 된 딸기 수확 경험해보기
  • 계절별 관리법을 미리 공부해두기

사실 지금은 수확보다 '이 아이들이 내년 봄까지 무사히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큽니다. 처음 베란다에서 딸기를 키워보는 거라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네요.

혹시 저처럼 베란다에서 딸기를 키우고 계신 분들이라면, 여름은 '수확의 계절'이 아니라 '생존의 계절'이라는 걸 꼭 기억하세요. 그리고 가을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내년 봄, 제대로 된 딸기를 수확하는 날까지. 화이팅!